
한국 프로배구의 리그 구조는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거의 변하지 않았다. 남자 7개 구단, 여자 7개 구단이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폐쇄형 풀리그 체제가 20년 넘게 유지되어 왔다. 그동안 축구의 K리그는 승강제를 도입해 1부와 2부 간 생태계를 형성했고, 야구의 KBO도 2군 리그와 퓨처스리그를 통해 선수 공급망을 관리해 왔다. 반면 배구는 창단 리그 확대와 구단 운영 안정성 확보라는 현실적 과제에 매몰되어, 리그 구조 자체에 대한 근본적 논의가 뒷전이었다. 2026년, 한국배구연맹(KOVO)이 리그 경쟁력 제고와 선수 수급 다변화를 명분으로 구조 개편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승격강등제 도입 여부가 배구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승격강등제 논의가 2026년에 부상한 배경
승강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 시점에 활성화된 데는 여러 요인이 겹쳐 있다. 첫째는 리그 경쟁력 양극화다. V리그는 폐쇄형 리그 구조상 하위권 구단이 시즌 초반부터 상위권과의 전력 격차를 좁히기 어렵고, 한번 형성된 전력 편차가 수년간 고착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시즌 중반 이후 관심도 하락과 시청률 감소로 직결된다. 승강제가 도입되면 순위 하위권 구단도 강등 압박 속에서 시즌 막판까지 경쟁 의미를 유지할 수 있어, 리그 전체의 관심도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기대된다.
둘째는 선수 수급 문제다. V리그는 남녀 합쳐 14개 구단뿐이며,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하는 eligible 선수 풀도 제한적이다. 2부리그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프로 무대에서 경쟁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실전 감각을 유지할 공간이 부족하고, 은퇴 후 재기나 커리어 전환의 경로도 좁다. 승강제가 2부리그 창설과 연계되면 선수 커리어 생태계가 확장된다.
셋째는 타 스포츠의 선례다. K리그는 2013년 승강제를 도입한 이후 1부와 2부 간 교류가 활성화되었고, 2026년에는 K3리그와의 승강 결정전까지 신설하며 피라미드 구조를 완성했다. KBO 역시 퓨처스리그를 통해 2군 선수 경쟁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배구만이 유일하게 폐쇄형 단일 리그 구조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은, 리그 발전 차원에서 지속적인 비교 대상이 되어 왔다.
2026년 KOVO 이사회에서 논의된 주요 의제
KOVO는 2025년 12월 제22기 제3차 이사회에서 2026-2027시즌 일정을 확정하면서, 리그 구조 개편과 관련된 중장기 논의도 병행했다. 이후 2026년 9월 14일 제23기 제2차 이사회 및 정기총회에서 남자부 신인선수 계약금 폐지(2027-2028시즌부터 적용)를 확정하는 등, 제도적 변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신인 계약금 폐지는 구단의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신생 구단이나 중소 구단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를 가진다. 이는 장기적으로 2부리그 참가 구단의 재정 부담을 줄여 승강제 도입의 전제 조건을 마련하는 방향과도 일치한다.
2026년에 KOVO가 논의하고 있는 구조 개편 관련 주요 의제는 다음과 같다.
- 2부리그 창설 필요성 검토 — 승강제의 전제 조건인 2부리그 창설 방식, 참가 자격 기준, 운영 예산 규모, 참가 구단 최소 수 등에 대한 기초 연구가 진행 중이다. 기업구단과 시민구단을 혼합하는 방안, 기존 실업배구 연맹과의 통합 방안, V리그 2군팀의 2부리그 겸임 참가 방안 등이 검토 대상이다
- 승강플레이오프 방식 설계 — 1부 리그 최하위와 2부 리그 최상위 간의 단판 승강플레이오프, 혹은 하위 2~3개 팀이 참가하는 토너먼트 방식 등 챌린지 매치 형태에 대한 설계 논의가 있다. K리그의 승강플레이오프 방식과 일본 V리그의 챌린지 매치를 참고 모델로 삼고 있다
- 샐러리캡 및 보수 상한액 재조정 — 2026-2027시즌부터 여자부 보수 개인별 상한액이 기존 8억 2,500만 원에서 5억 4,000만 원으로 축소되었으며, 이는 전력 양극화 완화와 재정 안정성 확보가 목적이다. 2부리그 도입 시 2부 구단의 보수 한도를 별도로 설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외국인 선수 제도 개편 — 아시아쿼터제가 자유계약제로 전환되었고, 외국인 선수 및 아시아쿼터 선수 교체 기한이 5라운드 종료 시점으로 제한되었다. 2부리그 도입 시 외국인 선수 보유 여부와 보유 제한에 대한 규칙 설계가 필요하다
- 선수 공급망 다변화 — 외국 국적 동포 선수의 신인 드래프트 참가 자격 부여, 대학배구연맹과의 협력 강화, 실업배구와 프로배구 간의 선수 이동 경로 확대 등 선수 풀을 넓히는 제도가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 AI 기반 비디오판독시스템 도입 — 2026-2027시즌 도입을 목표로 AI 기반 비디오판독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판정 공정성 강화를 통해 리그 신뢰도를 높여 2부리그 도입 시 공통 규칙 적용의 기반을 마련하는 방향이다
이 의제들은 독립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리그 구조 개편이라는 큰 틀 안에서 상호 연계되어 논의되고 있다. 신인 계약금 폐지와 보수 상한액 축소는 2부리그 참가 구단의 재정 부담을 줄이는 전제 작업이고, 선수 공급망 다변화는 2부리그에 충분한 선수 풀을 확보하기 위한 선행 과제다. 각 의제가 개별적으로 완료되는 시점이 승강제 도입이 현실화되는 시점과 연결된다.
승강제 도입의 현실적 장애물
논의가 활발하다고 해서 도입이 가시화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KOVO 내부에서도 2부리그 창설과 승강제 도입은 장기 과제로 분류하고 있으며, 단기간에 결론이 나기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가장 큰 장애물은 2부리그 참가 구단의 확보다. V리그조차 페퍼저축은행이 해단을 결정하며 7구단 체제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프로 배구 구단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업이나 지자체는 제한적이다. 2부리그에 참가할 만큼 재정 능력과 운영 의지를 갖춘 신생 구단이 당장 확보되지 않는다면, 승강제는 제도만 존재하고 실질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는 공식적인 장치에 그칠 수 있다.
두 번째 장애물은 기존 실업배구 연맹과의 관계 정립이다. 한국 실업배구연맹은 이미 자체 리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프로 2부리그로 전환하거나 통합하는 과정에서 실업배구 연맹의 자율성과 기존 참가 기관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 실업배구 참가 기관들이 프로 2부리그로의 전환에 따른 비용 증가와 경쟁 강화를 부담스러워할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는 강당된 구단의 운영 안정성 문제다. 1부 리그에서 강등된 구단이 스폰서 축소, 관중 감소, 선수 이탈 등의 타격을 받을 수 있으며, 재정 기반이 취약한 구단은 강등 이후 회복하지 못하고 해단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폐쇄형 리그 구조에서는 하위권 구단이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다음 시즌 재도전이 가능하지만, 강등이 도입되면 하위권 구단의 존속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이러한 장애물을 고려할 때, 승강제 도입 시 검토되는 주요 쟁점과 찬반 논리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쟁점 | 찬성 논리 | 반대 논리 | 타협 가능 방안 |
|---|---|---|---|
| 2부리그 창설 | 선수 공급 확대, 리그 경쟁력 제고 | 참가 구단 확보 불확실성, 운영 예산 부담 | 기존 실업배구를 2부리그로 점진 전환 |
| 승강플레이오프 | 하위권 구단 경쟁 의식 부여, 시즌 관심도 유지 | 강당 구단 재정 악화, 해단 위험 | 1부 최하위와 2부 1위 간 단판 매치, 2년 유예 도입 |
| 선수 보수 체계 | 2부 구단 재정 부담 경감 | 선수 수입 감소, 우수 인재 이탈 | 2부 보수 상한액을 1부의 50~60% 수준 설정 |
| 외국인 선수 보유 | 2부 리그 경기력 및 흥행 보장 | 2부 구단 외국인 선수 비용 부담 | 2부 구단 외국인 선수 1명 보유로 제한 |
| 기존 실업배구 통합 | 프로-실업 간 선수 이동 경로 단일화 | 실업배구 참가 기관 반발, 기존 생태계 교란 | 통합 없이 연계 매치만 도입, 단계적 통합 |
| 2군팀 겸임 참가 | 2부리그 참가 구단 수 확보 | 2군팀과 독립 구단 간 공정성 논란 | 2군팀은 승격 대상에서 제외, 강등 면제 조건 |
이 정리에서 드러나는 핵심은, 찬반 양론이 각각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찬성 측의 논리는 리그 전체의 발전과 선수 생태계 확장에 초점을 맞추고, 반대 측의 논리는 개별 구단의 존속 안정성과 현실적 재정 부담에 기반한다. 타협 방안들은 양 극단 사이의 중간 지대를 탐색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단계적 도입과 유예 기간 설정이 가장 현실적인 합의 지점으로 보인다.
해외 사례: 일본 V리그의 승강제 참고 모델
KOVO가 승강제 논의에서 참고하는 대표적 모델은 일본 V리그다. 일본은 2018-2019시즌부터 V리그를 V1, V2, V3의 3부 구조로 개편하며 승강제를 도입했다. V1과 V2 사이, V2와 V3 사이에 승강 매치를 두어, 각 리그의 최하위 팀과 하위 리그의 최상위 팀이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겨루어 승강을 결정한다.
일본 모델의 특징은 점진적 도입이다. V1에서 V2로 강등되더라도 리그 운영이 중단되지 않고, 강등 구단이 다음 시즌 V2에서 재도전할 수 있는 구조가 보장된다. 또한 V2와 V3에 참가하는 구단은 프로 구단과 준프로 구단이 혼합되어 있으며, 승격 시 클럽 라이선스를 취득해야만 V1으로 승격할 수 있다. 이는 재정 기반이나 홈구장 등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구단이 무조건 승격되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다.
한국 상황에 일본 모델을 직접 적용하기에는 차이점이 크다. 일본은 V1 남자 10개 구단, 여자 12개 구단으로 이미 리그 규모가 한국보다 크고, 실업배구와 클럽 배구의 전통이 깊어 2부 및 3부 리그 참가 구단 풀이 존재한다. 한국은 1부 리그 구단 수 자체가 7개에 불과해, 2부리그를 구성할 최소 구단 수를 확보하는 것부터가 선행 과제다. 다만, 일본의 점진적 도입 방식과 클럽 라이선스 제도는 한국이 2부리그 창설 시 참고할 수 있는 설계 원칙을 제공한다.
K리그 승강제의 교훈
한국 내에서 가장 직접적인 참고 사례는 K리그의 승강제다. K리그는 2013년에 1부와 2부를 분리하며 승강제를 도입했고, 2026년에는 K3리그와의 승강 결정전까지 신설하며 프로 축구 피라미드 구조를 완성했다. K리그의 경험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2부리그 참가 구단 확보가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제다. K리그2는 출범 초기에 8개 구단으로 시작했으며, 이 중 상당수가 기존 시민구단이나 군 경기단을 전환한 형태였다. 배구 역시 기존 실업배구 참가 기관이나 지자체 기반의 시민구단을 2부리그 참가 구단으로 유치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둘째, 승강플레이오프 방식의 세부 설계가 리그 경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K리그는 1부 최하위와 2부 1위 간 단판 매치에서 홈 어드밴티지를 2부 팀에 주는 방식을 채택했으며, 이는 2부 구단의 승격 가능성을 높이고 1부 하위권 구단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효과를 낳았다. 배구에서도 2부 구단의 승격 가능성을 보장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셋째, 2부리그의 재정 안정성 확보 방안이 사전에 마련되어야 한다. K리그2 구단들은 K리그1 구단에 비해 관중 수와 스폰서 수입이 현저히 낮으며, 이를 보전하기 위해 K리그 전체 송출권 수익의 분배 비율 조정과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재정 지원이 동반되었다. 배구 2부리그 도입 시에도 연맹 차원의 재정 지원 체계가 없다면, 2부 구단의 자생적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
2026-2027시즌 제도 변화가 승강제 도입에 미치는 영향
앞서 언급한 2026-2027시즌부터 적용되는 제도 변화들은 개별적으로는 경기 운영의 공정성이나 선수 보수 합리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리그 구조 개편의 기반을 다지는 역할도 수행한다. 각 제도 변화가 승강제 도입과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정리하면 논의의 방향성이 보다 명확해진다.
- 신인 계약금 폐지 (2027-2028시즌부터) — 구단의 초기 진입 비용을 낮춰 2부리그 참가 구단의 재정 부담을 완화한다. 기존 1라운드 지명 선수 계약금 1억 1,000만~1억 6,000만 원이 폐지되고, 대신 구단별 학교 지원금과 1라운드 지명 선수 연봉이 증액되어 선수 보상은 유지하되 일시금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 여자부 보수 개인별 상한액 축소 — 전력 양극화 완화를 통해 중하위권 구단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장기적으로 2부리그 도입 시 1부와 2부 간 보수 격차를 설정하는 기준점이 된다
- 아시아쿼터 자유계약제 전환 — 구단별 전략에 따른 선수 확보 유연성이 높아져, 2부리그 참가 구단도 자체적으로 아시아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 외국 국적 동포 선수 드래프트 참가 허용 — 선수 풀 확대를 통해 2부리그 창설 시 충분한 선수 공급을 보장하는 전제 조건을 마련한다
- 외국인 선수 교체 기한 5라운드 종료 제한 — 시즌 막판 불필요한 선수 교체를 방지하여, 2부리그 도입 시 양 리그 간 선수 교체 시점을 통일하는 규칙 설계의 기준이 된다
- AI 기반 비디오판독시스템 도입 — 1부와 2부 리그가 공통의 판정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마련한다
이러한 제도 변화는 단기적으로는 현행 V리그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 목적이 우선이지만, 연맹이 동시다발적으로 구조 개편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승강제 도입을 염두에 둔 장기 설계의 일환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승강제 도입 현실화를 위한 단계적 로드맵
KOVO가 승강제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단계적 접근이 불가피하다. 일본 V리그와 K리그의 사례에서 확인되듯, 2부리그 창설부터 승강플레이오프 도입까지 최소 3~5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현재 공식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연맹 내부 논의와 외부 전문가 제안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단계적 로드맵을 상정할 수 있다.
- 1단계 (2026-2028) — 제도 기반 마련: 신인 계약금 폐지, 보수 상한액 재조정, 선수 공급망 다변화 등 2부리그 창설의 전제 조건을 정비하는 시기. 동시에 2부리그 참가 의향이 있는 기업이나 지자체를 탐색하고, 기존 실업배구 연맹과의 통합 방안을 협의한다
- 2단계 (2028-2030) — 2부리그 시범 운영: 최소 6~8개 구단이 참가하는 2부리그를 시범 운영하며, 승강제 없이 독립 리그로 운영한다. 이 기간 동안 관중 수, 재정 안정성, 경기력 수준 등을 평가하여 2부리그의 지속 가능성을 검증한다
- 3단계 (2030 이후) — 승강플레이오프 도입: 2부리그 운영이 안정화되면, 1부 최하위와 2부 1위 간 승강플레이오프를 도입한다. 초기에는 강등을 1팀으로 제한하고, 2부리그 규모와 경쟁력이 확보되면 강등 팀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점진 도입한다
이 로드맵은 KOVO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며, 연맹의 제도 변화 방향과 해외 사례를 종합한 추정이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제도 정비의 속도와 범위를 고려하면, 2030년 전후가 승강제 도입이 현실적으로 검토될 수 있는 시점이라는 전망은 타당하다.
당면한 가장 큰 질문: 구단 수를 늘릴 수 있는가
승강제 도입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단 하나다. 2부리그에 참가할 구단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나오기 전에는, 승강제 논의가 아무리 활발해도 실질 도입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V리그 1부 리그조차 페퍼저축은행이 해단을 결정하며 7구단 체제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고, SOOP이 인수하여 간신히 유지된 사례는 한국 프로 배구의 구단 운영 환경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2부리그 참가 구단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 실업배구 참가 기관의 프로 전환, 지자체 기반 시민구단 창단, 기업 신규 진입의 세 가지 경로가 모두 활용되어야 한다. 각 경로의 현실적 가능성과 장애물은 다르지만, 세 경로가 동시에 가동되어야 최소 6~8개 구단으로 2부리그를 구성할 수 있다.
연맹이 2026-2027시즌부터 신인 계약금을 폐지하고 보수 상한액을 축소하는 조치는, 구단 운영 비용을 줄여 새로운 주체가 진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방향이다. 하지만 비용 절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2부리그 참가 구단에 대한 연맹의 재정 지원, 송출권 수익 분배, 마케팅 지원 등 운영 인프라 전반의 설계가 동반되어야 한다. K리그2가 출범 후 안정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 점을 고려하면, 배구 2부리그 역시 장기적 관점과 지속적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다.
결론: 승강제는 가능한가
2026년 현재, KOVO가 승강제를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공식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연맹은 리그 구조 개편을 장기 과제로 분류하고 있으며, 2부리그 창설 가능성을 탐색하는 단계에 있다. 승강제 도입 자체는 제도적으로는 설계가 가능하다. 일본 V리그와 K리그의 사례가 있고, 승강플레이오프 방식과 클럽 라이선스 제도의 설계 원칙은 확립되어 있다.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생태계다. 충분한 수의 운영 가능한 구단, 지속 가능한 재정 모델, 선수 공급망의 확보 — 이 세 가지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승강제는 제도만 존재하고 실질이 빈 형태가 된다.
연맹이 2026-2027시즌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제도 변화들은 생태계 기반을 다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신인 계약금 폐지, 보수 상한액 축소, 선수 공급망 다변화, 아시아쿼터 자유계약제 전환 — 이 모든 변화가 한 방향을 가리킨다. 리그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운영 비용을 합리화하며, 선수 풀을 넓히는 방향이다. 이 변화들이 누적되면 2028-2030년 사이에 2부리그 시범 운영이 현실적으로 검토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될 수 있다. 승강제 도입은 단기 결정이 아니라, 5년 이상의 준비가 필요한 구조적 변화다. 2026년은 그 준비가 시작되는 원년이라는 의미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