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 인터뷰 ‘함정’ 삼아 체포
이민국-단속국 공조, 미 시민자유연맹 집단 소송
이민국과 단속국이 체포일정 조율한 구체적 정황 공개
[i뉴스넷] 최윤주 기자 editor@inewsnet.net
영주권을 받기 위해 의무적으로 치러야 하는 이민국 인터뷰가 체포와 단속의 ‘함정’이라면, 이보다 소름돋는 반전은 없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소름돋는 반전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15일(수) 워싱턴 포스트 등 주요언론은 연방이민국(USCIS)과 연방이민단속국(ICE)이 공조, 영주권 인터뷰를 위해 이민국 사무실에 온 불법 이민자들을 체포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릴리안 칼데론 씨가 자신의 사례를 설명하며 오열하고 있다. 사진 출저 및 저작권 (Michelle R. Smith/AP)
불법체류자인 릴리안 칼데론(Lilian Calderon)은 3세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온 과테말라 여성이다. 미국에서 성장기를 보낸 후 시민권자인 남편 루이스 고딜로(Luis Gordillo) 씨를 만나 가정을 꾸린 칼데론은 올해 1월, 딸과 남편이 보는 가운데 이민국 사무실에서 체포됐다.
체포 당일은 칼데론과 남편 고딜로 씨에게 매우 중요한 날이었다. 영주권 획득을 위한 첫걸음인 이민국 인터뷰가 그것. 칼데론은 남편과의 결혼이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것을 증명하기 위해 가족사진과 결혼사진, 딸의 출생증명서와 결혼서류 등을 꼼꼼히 챙겼다.
이민국 인터뷰는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 심사관과 ‘축구 농담’을 할 정도로 순조로웠다. 연방이민단속국(ICE)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이민단속국(ICE)이 그녀의 손에 수갑을 채웠을 때, 칼데론은 다시는 딸과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에 오열했다.
미시민자유연맹이 이민행정과 이민단속이 불체신분 이민자를 체포하기 위해 공조한 이메일을 공개했다.
한 달간 구금됐다 풀려난 칼데론은 비슷한 피해자와 함께 집단소송중이다. 피해자들을 대신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미시민자유연맹(ACLU)는 엄연히 분리돼야 할 이민행정과 이민단속이 불체신분 이민자를 체포하기 위해 공조한 정황을 제시하며 ‘잔인한 미끼와 스위치 체포작전’이라고 비난했다.
미 시민자유연맹이 공개한 이메일에 따르면 불체 사실이 있는 이민서류 신청자의 인터뷰 일정을 이민국(USCIS)과 이민단속국(ICE)이 조율한 정황이 상세히 드러나 있다.
미 시민자유연맹이 공개한 이메일. 이민단속국이 이민국에 인터뷰 시간을 끌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특히 이메일에는 이민국 보스턴 지부 담당자가 불법체류 사실이 있는 이민자의 인터뷰 일정을 이민단속국(ICE)에 알리고, 영주권 인터뷰 일정을 사전에 조율한 것은 물론, 인터뷰 소요시간까지 면밀히 체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공개된 이메일에는 이민단속국(ICE)이 현장도착이 늦어지니 인터뷰 시간을 15분정도 끌어달라고 요청한 내용도 들어있다.
이민국과 이민단속국의 공조로 인터뷰 현장에서 체포된 불법체류자는 올 한 해 모든 17명. 이중 13명만이 일상으로 돌아왔다.
시민자유연맹 관계자는 “영주권 신청을 위해 열어놓은 길 위에 덫을 놓고 함정을 판 후 그 길 위에서 사람을 체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영주권 인터뷰를 불체자 체포의 ‘덫’으로 악용한 당국을 강력히 비난했다.
그러나 보스턴 연방이민단속국 존 모한(John Mohan) 대변인은 미 시민자유연맹의 주장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반박하며 ‘부적절한 공조’ 의혹을 전면 부정했다.
이민국(USCIS) 마이클 바스(Michael Bars) 대변인은 성명서를 통해 “진행중인 소송에 대해 얘기할 수 없다”고 논평했다.
Copyright ⓒ i뉴스넷 http://inewsnet.ne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Sponso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