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원의 텍산으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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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사냥

 

예전에 살던  우리집 뒷마당은 꽤나 넓었는데, 

밤이면 밤마다 들토끼들이 모여 반상회를 했다.

어찌나 모여 들어 풀들을 먹어대던지, 

어느해인가 덥수룩한 잔디더미가 수상해 들춰내니 새끼까지 낳은 것이다. 

3마린가 4마린가 자글자글 쳐다보는데 기겁할 지경이었다.

 

토끼들의 배설물 때문에 뒷마당에는 클로버가 번성했는데, 

네잎 클로버 하나만 찾았어도 토끼들의 반상회를 용인하려 했다.

 

하루는 토끼 한 마리와 뒷마당에서 경주를 벌인 적도 있다.

토끼는 아웃사이드로 나는 인사이드로 

한 열바퀴는 돌았지 싶은데 

이노무 토끼는 지치지도 않는지 결국 내가 포기하고 말았다.

 

다음 해엔 안되겠다 싶어 뒷마당 펜스 밑부분을 막아놓았다.

그랬더니 다른 곳을 파고 들어와 반상회를 하는것이 아닌가.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하루는 낮에 나가보니 두 마리의 토끼가 들어와 

정답게 풀을 뜯고 있기에 살살 쫒아 한마리를 내보냈다.

또 다른 한 마리는 내비두고 살금살금 준비한 벽돌로 

토끼들이 파놓은 펜스 밑의 구멍을 모조리 막아버렸다. 

사전에 토끼들의 입출구를 면밀히 검토한 탓이다.

 

이제 남은 토끼는 출구가 봉쇄됐다. 

슬슬 토끼를 쫒아봤다. 

아니나 다를까, 토끼는 예정된 퇴로로 탈출을 시도했다.

‘앗! 막혔다.’

토끼의 선홍빛 눈동자에 당황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나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토끼는 2차 출구를 향해 전력질주를 하더니 

그만 출구에 막아 놓은 벽돌에 머리를 박고 말았다.

 

고사성어 守株待兎(수주대토)에는 

토끼가 나무 그루터기를 들이박고 죽는 걸로 돼 있는데, 

놈은 잠시 비틀거리더니 다시 3차 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결국 모든 출구가 봉쇄된 걸 알아차린 놈은 포기하는가 싶더니 

다른 쪽 펜스 밑을 파는 것이 아닌가.

 

그때 내가 준비한 신무기는 골프공이었다. 

뒷마당에서 가끔 칩샷 연습을 하기 위해 놓아두었던 

골프공 세 개를 들고 놈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처음엔 놈을 위협할 목적이었는데, 

몇차례인가 나의 골프공 직구를 놈은 너무나 우습게 피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또 나의 영점 사격이 맞춰진 것이 아니어서 제구력에도 문제가 있었다. 

 

슬슬 나에게도 욕심이 생기는 순간….

그만 ‘퍽’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간 골프공이 놈의 정수리에 명중한 것이었다.

토끼는 펄쩍펄쩍 몇차례를 뛰더니 그만 털썩. 

아! 이를 미필적 고의라 하던가? 

마음 한구석이 싸~해 오면서 괜한 짓을 했다는 서글픔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결국 나는 양지바른 곳에 놈을 묻어주며 안녕을 고할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그 뒤 동네주변 토끼들에게는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모퉁이 집엔 절대 들어가지 마라. 괴팍한 똘아이가 살고 있다.’

‘내 친구가 그 집에 들어간 이후이제껏 소식이 없다.’

 

소문의 진원지는 먼저 도망간 한 마리의 토끼였으리라.

사건 후 거짓말처럼 뒷마당에는 토끼의 자취가 사라졌다.

 

펜스 밑에 막아놓은 벽돌을 치워도 토끼의 그림자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녕 토끼들에게도 커뮤니케이션이 존재한단 말인가?

모퉁이집을 여행금지구역으로 설정이라도 해 놓은 것일까? 

아직까지 나에게는 그것이 미스테리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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