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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광풍 ‘블랙 프라이데이’

 

[i뉴스넷] 최윤주 발행인 editor@inews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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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검정색은 암흑·죽음·공포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강인함·우아함·신비로움을 뜻하기도 한다. 위험인물들의 명단을 일컫는 블랙리스트처럼 부정적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지만 권력을 상징하기도 해 고위층이 사용하는 리무진이나 승용차의 색상은 늘 검정색이 장식한다.


문화마다 다르겠지만 서양 문화권을 비롯한 많은 문화권에서 검정은 흰색과 대비되어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인다.
프랑스에서는 범죄와 폭력을 주된 요소로 만드는 영화에 검은 색을 뜻하는 ‘누아르’라는 용어를 써 ‘필름 누아르’라고 부르고, 흰 돌과 검은 돌로 이뤄진 바둑에서 검은 돌은 실력에서 뒤처지는 ‘하수’를 뜻한다. 
또한 모든 문제를 양 극단의 논점에서 사고하는 ‘흑백논리’에서 흑(黑)은 부정적인 반대의견을 뜻한다.


블랙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가마가 솥더러 검정아 한다’ ‘검둥개 멱감듯’ ‘숯이 검정 나무란다’ 등 속담만 살펴봐도 검정색이 좋지 않은 의미로 쓰였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이렇듯 블랙은 색 중에 가장 단순한 색인 동시에 가장 복잡한 의미를 내포한 색이다.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탓에, 시사용어에도 많이 등장한다.


경제분야에서 쓰이는 ‘검은 돈(Black Money)’은 탈세·뇌물·횡령 등 떳떳하지 못한 돈을 뜻하며, ‘검은 노동’과 ‘검은 거래’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노동이나 거래를 말한다. 
정치계에서도 ‘블랙’ 용어는 등장한다. 
‘블랙북(Black Book)’은 한국의 첩보기관이 매일 합동참모본부에 보고하는 북한첩보 관련 일일 보고서를 뜻하고, ‘블랙백(Black bag)’은 미국 대통령이 출장 중에 군사 보좌관에게 들려 가지고 다니는 핵전용 암호가방을 말한다.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블랙홀(Black Hole)’은 과학용어다. 중력이 너무 커서 심지어 빛 조차도 빠져나갈 수 없는 천체를 일컫는다.
 

문학부문에서는 ‘블랙유머’가 있다. 
일반적인 유머는 인간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이 되어 명랑한 웃음을 자아내지만, 블랙유머에는 인간존재에 대한 불신과 절망이 숨어있어 불길하고 우울한 웃음을 짓게 한다. 


‘블랙 햇(Black hat)’은 IT 분야다. 
다른 사람의 컴퓨터 시스템이나 네트워크에 침입하는 해커나 파괴자(cracker)를 일컫는 용어다.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는 해마다 한번씩 일상에서 만나는 생활시사용어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11월 마지막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로, 연말 쇼핑 시즌을 알리는 시점이자 연중 최대의 쇼핑이 이뤄지는 날이다.

 

블랙 프라이데이가 다른 시사용어와 다른 점은 ‘블랙’이 긍정적으로 쓰였다는 점이다. 
여기에 쓰인 ‘검다’는 표현은 상점들이 연중 처음으로 장부에 적자(red ink) 대신 흑자(black ink)를 기재한다는 데서 연유한다.

 

기업에게 ‘흑자’를 선사할 지 모르지만 가계에는 ‘적자’를 불러올 수 있는 게 블랙 프라이데이다. 
게다가 할인물건을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다 인명사고까지 내는 극단적인 쇼핑은 블랙 코메디에 가깝다. 
그 속에서 긍정을 찾기란 어렵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검은 어두움’이다. 
몇 개 안되는 한정품에 걸어놓은 ‘최고 90% 할인’이라는 문구는 첨예한 어두움을 ‘빛’으로 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 빛을 쫓아 이 날 하루동안 미국 인구 3억 중에 절반 정도가 쇼핑을 한다.


그래도 꼭 필요한 물건이 있어 ‘빛’을 거머쥐어야 한다면, 광고문구의 깨알같은 글씨도 놓치지 않는 돋보기가 필요하다. 
'빛'을 품기 위해 꿈에 부풀었던 쇼핑의 추억이 조금은 크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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