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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과 틀림

 

최윤주 발행인·편집국장 editor@inewsnet.net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범람하는 신조어가 사회현상이 된 지 오래라는 건 익히 알겠지만 태평양 건너 사는 이민자들에게 한국의 신조어는 어렵기만 하다. 

따라하기도 벅차다. 신조어를 한 두 개 배우면 어느새 다른 패턴의 언어들이 마구잡이로 쏟아진다.
중장년층이 ‘헐’ ‘대박’을 익히는 동안 젊은 층은 ‘낄끼빠빠’ ‘팬아저’ ‘덕질’ 등 알아듣기 힘든 또 다른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멀찌감치 도망간다.
한국 내에서야 신조어를 놓고 젊은 세대와의 ‘소통의 대상’이라고 말하지만, 이민사회 속에서 한국의 신조어는 의미전달이 불가능한 ‘불통의 무의미 철자’일 뿐이다.

 

신조어는 사회현상을 즉각적으로 반영한다.
한국에서는 꽤 오랜 시간 ‘개취’라는 신조어가 인기다. ‘개인 취향’의 줄임말이다. 
다수의 대중이 휩쓸리는 거대한 흐름이 있다면, 이를 따르지 않는 ‘개인의 취향’이 쿨한 이미지로 느껴지면서 ‘자신만의 다름’을 부각시키는 일종의 자아표현이다. ‘개인의 취향’을 강조하는 사회현상의 반증이기도 하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개인의 재능을 드러내기 보다 조직이 요구하는 능력을 키워야 했다. 깊이있는 전문성보다 표준화된 지식과 규격화된 행동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시대였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졌다. 어떤 분야든지 전문성을 갖춰야 인정받는다.스펙을 ‘많이’ 쌓는 것보다 ‘다르게’ 쌓는 것이 중요한 시대다.
장사를 하더라도 남들과 달라야 주목 받고 기업도 소비주체의 개인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성공할 수 있다. 
‘개취’가 사회현상인 동시에 성공요인이 된 셈이다. 


달라야 하고, 다름을 인정해야 하고, 다름을 추구해야 생존력과 경쟁력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런데 문제는 ‘다름’이 ‘틀림’이 아닌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데서 온다. 
‘다름’이 충돌하면서 폭력성을 갖게 되는 것은 단순히 신념의 차이가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틀리다’라고 인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수천년동안 축적돼 온 종교와 인종간의 인식 차이는 자신들과 다르다는 것 자체를 ‘혐오’와 ‘증오’로 여겨 잔인한 폭력과 테러를 수반하게 된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의 고대 유적 파괴가 대표적인 예다. 
IS가 수천년 역사의 고대 유물을 한순간에 쇠망치와 드릴로 산산조각을 내버린 건 익히 아는 사실이다. 고대 유물과 문화재, 오래된 교회 등이 이슬람의 가치를 훼손하는 우상숭배이기 때문이란다. 
자신들이 믿는 신만 진짜 신이고, 다른 이들의 신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그릇된 종교관이 섬뜩할 정도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일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적지 않게 일어난다. 세상을 살면 살수록 옹고집만 늘어가는지 다름을 인정하기가 힘들고 틀림을 용서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게 사실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 필요한 건 다름을 인정하는 태도다.
갈등과 다툼의 문제는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지 못하는데서 올 때가 많다.
잘잘못을 따지고 누군가를 정죄하는 자세보다는 각자의 다름을 인정한 후 지금부터라도 원칙을 지켜나가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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