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원의 텍산으로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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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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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경기 관전을 즐기시던 아버지 덕분에 나는 어릴 적 동대문 야구장을 찾은 적이 몇 차례 있었다.
예선전 없이 토너먼트로 치뤄 지는 봉황대기는 아침 7시부터 해가 질 때까지 하루 4-5경기를 이어서 했었는데, 10점차 5회 콜드게임이니, 7점차 7회 콜드게임과 같은 게임의 룰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그 시절 군산상고의 ‘조계현’이나, 선린상고의 ‘박노준’, ‘김건우’, 경북고의 ‘유중일’등의 플레이는 우리들을 야구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경기가 끝난 토요일 오후엔 모두들 비행기산 (헬기가 착륙할 수 있었던 동네 뒷산)에 올라가 야구를 했다. 장비는 태부족이어서 포수 마스크와 프로텍터가 없는 포수자리는 누구나 기피하기 일쑤였다.


글러브는 공수 교대시에 서로 교환하며 사용했고, 어느 날 누군가가 ‘홍키(HUNKY)공’이라도 가져 오는 날이면 우린 진짜 야구선수가 된 듯 했으며, 글러브 조차 준비 못한 날엔 ‘찐뽕공’으로 손야구를 했더랬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한국에 프로야구가 출범했다. 개막전 ‘삼성’과 ‘MBC 청룡’의 경기. 이종도 선수의 9회말 만루홈런을 본 나는 그 날 이후  ‘MBC 청룡’의 팬이 됐다.
백인천, 이해창, 김인식, 김재박, 김용달, 하기룡, 신언호….


수학문제를 풀기 전 MBC 청룡의 선수단 이름을 쭉~ 한번 적어보던 습관이 있던 나는 2군이 없던 그 시절 후보선수의 이름까지 거의 25-6명의 이름을 곧잘 줄줄 외워 댔었다.  
다른 팀과의 경기에서 긴장을 하지 않던 나도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만큼은 긴장하며 경기를 관전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단 하나, 롯데 자이언츠의 최동원 선수때문이었다.


그는 ‘엄친아’였다. 잘 생긴 외모에 야구선수로는 흔치 않게 금테안경을 두르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발을 높이 치켜 세우며, 던지는 독특한 투구방법이 상대선수는 물론 보는 이들마저도 주눅들게 하는 것이다. 그는 공포의 외인구단 속 ‘마동탁’을 연상시켰다. 
그는 이렇게 소리쳤다. “3구 삼진, 칠테면 쳐봐라!”
 
한국 프로야구 초반기는 메이저리그가 그랬듯이 깨어질 수 없는 몇가지 기록들이 양산되었는데, 백인천의 4할 타율이라던지,  박철순의 22연승과 같이 말도 않되는 기록들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런 말도 안되는 기록 가운데서도 군계일학격으로 빛을 발하는 기록이 최동원 선수의 한국시리즈 4승 기록이다.


잘 알다시피 한국시리즈는 7전 4선승제의 단기전 게임이다.
그런 경기에서 한 투수가 5번을 출장, 3번의  선발승과 한번의 구원승(5이닝)을 올린다는 것은 선수보호를 우선으로 하는 현대야구에서는 이뤄질 수 없는 기록이다. 


4번의 선발은 1완봉승, 2완투승, 1완투패로 선발 등판한 모든 경기를 완투하는 불가사의한 체력을 보여주었다. 
1완투패 후 바로 다음날 최동원은 전날의  패배를 복수하겠다는 일념인지, 5이닝을 다시 투구해 승리투수가  된다. 


그리고 이틀뒤 철완의 대 투수 최동원은 7차전 최종 마운드에 선발투수로 다시 올랐고 9회를 완투하며, 승리를 따낸다. 
9월 30일부터 10월 9일까지 10일 간 벌어진 7차전까지의 승부에서 그가  5번 등판하며 던진 투구수는 40이닝이다. 40이닝.
MBC 청룡의 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숨막힐듯 벌어졌던 1984년의 한국 시리즈는 나에게 감동을 넘어선 인간승리의 드라마였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최동원이라는 거목때문이었다.
 
흔히 최동원은 선동렬과 비교된다.  그 둘 사이에 펼쳐진 1승 1무 1패의 기록만 봐도 그렇다.
특히 87년에 마지막으로 벌어진 최동원과 선동렬의 선발투수 대결은 장장 15회까지 가는 혈투 끝에 2:2 무승부로 끝이 난다. 


무려 15회까지 가는 가운데 양팀에서 소요된 투수는 단 두 명 최동원과 선동렬 뿐이었다.
최동원이 던진 투구수가 209개, 선동렬이 던진 투구수가 232개였다. (야구를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현대야구에서는 선발투수가  보통 100개를 전후해 던지면 투수를 교체한다.)

 

어느 유명한 야구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one time relief로 던질 투수를 찾는다면 나는 선동열 선수를 투입시킬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경기에서 선발투수 한 명을 꼽으라면 나는 단연 전성기의 최동원을 꼽을 것이다.”


80년대 숨막히는 시대상황에도 프로야구가 그처럼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시대가 영웅을 원했기 때문이다. 
최동원, 그는 그 시대 진정한 영웅이며,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거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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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동원 ] 야구선수이자 감독. 140km/h 대의 강속구와 강한 어깨로 ‘무쇠팔 최동원’으로 불렸다.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스 투수 생활 이후, 한화 이글스의 투수 코치 및 2군 감독,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감독위원 등을 역임했다. 2011년 9월 14일 호전되었던 대장암이 악화되면서 53세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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