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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습니다”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했다. “끝까지 기억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세월호 참사로 일상이 휘청일 만큼 많이 울고 분노하던 때 일이다. “잊지 않겠다”는 말을 되뇌일 때마다 심장 한 구석이 얘기했다. 정말 잊지 않을 수 있을까. 시간이 잊게 만들면 어쩌지.

진심과 불안이 교차한 기억이 5년의 시간을 흘러왔다. 와신상담의 고사처럼 가시나무와 곰쓸개를 빌릴 수 없으니, 무뎌지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삶의 많은 순간에서 잊고 지냈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뒤돌아서면 잊는 것이 있다. 반면 평생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 것도 있다. 잊으면 안되는 게 잊혀지고, 잊어야 할 것이 자꾸 떠오르기도 한다. 기억에 관한 한, 삶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잊혀질 만 하다가도 때가 되면 다시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억은 안 잊는 게 아니라 못 잊는 거다. 잊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세월호가 그렇고, 노무현이 그렇다. 

“사람 사는 세상.” 지극히 당연한 여섯글자가 주는 힘은 위대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치열하게 살아온 세상이, 악착같이 살아갈 앞으로의 삶이, 사람답게 살 권리를 담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무현을 사랑한 이들은 그의 헝클어진 모습을 기억한다. 말끔한 정장차림으로 청와대 어디쯤 있는 소파에 몸을 뉘이고, 손녀를 태운 자전거로 청와대를 돌며, 동네 수퍼 의자에 앉아 막걸리 잔을 손에 들고 환하게 웃던 그의 모습을 떠올린다.

노무현을 그리워하는 이들은 그의 절규를 잊지 못한다. 독재정권을 심판하는 청문회에서 송곳같은 질문을 던지고, 1990년 3당합당으로 정치가 민주주의를 우롱할 때 “이의있습니다”를 당당하게 외쳤던 그의 신념은 삶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한결같았다. 

“독도는 우리땅입니다” “군사독재가 유능하고 성공했다고 말하고 싶습니까” 등 그가 남긴 명연설은 또 어떤가. 가슴 깊숙한 곳에서 터져나오는 그의 감정은 듣는 이의 심장을 관통해 시간이 흘러도 영원히 살아 숨쉬는 힘있는 울림이 되고 있다.

그가 떠난 지 벌써 10년이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라고 적었던 그의 마지막 말을 꽃잎 조차 기억한 것일까. 사진 속 봉하마을의 노란 꽃이 애잔하게 가슴을 찌른다.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갈 이들을 위로한 그의 유언에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답했다. “당신은 운명에서 해방됐지만, 나는 당신이 남긴 숙제에서 꼼짝하지 못하게 됐다.”

통증으로만 다가오는 기억은 회피하게 된다. 각자의 삶이 포기하지 않는 강물처럼 ‘사람사는 세상’을 향해 유유히 나아갈 때 노무현도, 세월호도 잊히지 않게 된다. 진정한 애도는 아픈 기억을, 잊어서는 안될 기억을, 역사의 동력으로 만들어내는 일이다.

 

최윤주 /  i뉴스넷 발행인 editor@inews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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