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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담 쌓기

 

 

​한국의 담은 특별하다. 삐뚤빼뚤하게 쌓여진 돌담과 무심한듯 엮은 싸리담은 가공하지 않은 자연의 멋이 가득 하다.

고풍 가득한 한국의 담이 서양 건축물이나 현대 감각의 다른 구조물과 다른 점은 ‘높이’다. 
높지 않은 담은 널뛰기 할 때 살짝 살짝 바깥 풍경을 엿보는 즐거움이 되었고, 연인끼리 편지를 주고 받는 애틋한 장소가 되었으며, 집 안의 나무와 담이 하나로 어우러져 그림같은 풍경을 만들었다. 안과 밖의 ‘경계’였던 담이, 안과 밖을 연결하는 ‘관계’의 역할을 한 셈이다. 

시대가 변하며 담 속에 담긴 ‘관계’는 사라지고 ‘경계’만이 남았다. 담 위에 유리조각을 꽂고, 철조망을 두르더니, 아예 범접할 수 없는 높이로 치솟았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집과 집 사이에 담이 없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담’이 없는 일상의 풍경은 전 세계 모든 민족이 하나로 어우러진 이민의 나라와 매우 어울렸다. 탁 트인 시야는 타인에 대한 지나친 경계와 도를 넘은 자기 보호가 가득 찬 세상으로부터의 해방감마저 느끼게 했던 게 사실이다. 

‘담’없는 미국이 ‘담’때문에 휘청이고 있다.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넘어 오지 못하도록 멕시코와 미국 사이에 담을 쌓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고집과 연방의회 민주당과의 대립은 결국 ‘국가 비상사태’로까지 발전했다.

백악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의회가 동의한 13억 달러를 포함해 총 80억 달러를 ‘담쌓기’에 쏟아부을 예정이다.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길이가 1,951마일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미국판 만리장성을 짓겠다는 의미다. 

과연 트럼프의 뜻대로 국경에 높은 담을 쌓으면 불법 이민자가 못 들어올까. 오산이다.

담을 쌓는다고 불법이민자의 유입을 막을 수 없다. 담이 높다고 도둑이 못들어 오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미국은 폭넓은 이민정책을 앞세워 지금의 역사를 이뤄낸 이민자의 나라다. 엄밀히 얘기하자면 미국을 세운 ‘건국의 아버지들’ 또한 아메리카 원주민 입장에서는 어느날 갑자기 들이닥친 불법 이민자에 다름없다. 

“꽃을 심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엄마의 그 모습이 낯설어 담과 너무 가까이 심는거 아니냐고 하자 엄마는 담 바깥에 사람들도 지나다님서 봐야니께, 했다.”(신경숙 저서, 엄마를 부탁해 중에서)

담은 엄연히 경계의 구조물이다. 그러나 경계는 관계를 위한 설정이지, 관계를 끊기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니다. 밖에 있는 나무가 보이지 않는 담은 관계가 아닌, 격리이고 고립일 뿐이다. 

담없는 미국땅에서 한국의 고즈넉한 담이 마냥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최윤주 발행인 editor@inewsnet.net

 

Copyright ⓒ i뉴스넷 http://inewsnet.net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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